저에게 차크라는 한때, 먼 나라의 오래된 관광지에서 가져온 뽀얗게 먼지 쌓인 기념품 같은 개념이었어요.
하지만 어느 날 문득, 내가 좋아하던 무지개의 일곱 가지 색과 차크라의 색이
서로 닮아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을 때
낯설던 세계가 갑자기 제 안으로 가까이 들어왔습니다.
빨강부터 보라까지 이어지는 에너지의 흐름은 빛이 스펙트럼을 이루는 방식과 닮아 있다는 점이
신기하게도 설득력 있고, 정겹게 느껴졌어요.
그렇게 차크라의 매력에 조금씩 스며들 무렵, 차크라는 원래 교리나 종교가 아니라
사람이 혼란스러울 때 지금 어디에 막힘이 있는지 가늠해보는 ‘하나의 심리적•신체적
지도’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때 이 개념을 팔찌로 만들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생겼습니다.
우리는 흔히 떠올리는 일곱 가지 색의 차크라 다이어그램 대신,
종교적 설명과 상징을 한 겹 덜어내고 그 의미를 좀 더 담백하게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다 차크라가 오래전부터 기하학을 통해 표현되어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불교, 이슬람, 기독교를 포함한 많은 종교와 전통에서
자연의 언어인 기하학적 구조를 통해 보이지 않는 개념들을 도식화해 왔지요.
말로 의미를 강요하기보다 침묵 속에서 고요하게 스며들기를 바랐기 때문일 것입니다.
차크라를 기하 문양으로 표현한 이유 역시 인간의 의식과 감정 또한 자연의 일부로 보았기 때문입니다.
본래의 다이어그램에서 색과 원석을 덜어내고 형태와 비율만 남기면,
차크라의 본질인 ‘인간의 상태를 읽기 위한 구조적 지도’가 또렷하게 드러납니다.
이 팔찌에는 각 차크라에 해당하는 연꽃의 잎 수와 관련된 기하 도형을 차분히 배치해
그 의미를 은은하게 담았습니다.
차크라의 흐름을 따라 배열된 형태들은 손목 위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각각의 조형이 서로를 보완해 전체적인 균형을 이루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실버 소재 특유의 묵직하고 정제된 질감은 이 팔찌가 품은 의미를 시간이 지나도 흐려지지 않게 해주며,
토글 잠금 방식은 착용을 편안하게 하면서 디자인의 일부로 자연스럽게 어우러집니다.
이 팔찌는 신앙을 요구하는 물건이 아니라, 하루의 중심을 손목 위에 조용히 올려두는
물건입니다.
마음이 지치고, 감정을 말로 설명하기 어려울 때 차크라라는 언어를 빌리면
나
자신이 조금 더 선명하게 이해되곤 했습니다.
차크라는 나를 판단하는 기준이 아니라,
나를 설명하고 이해하며 섬세하게 바라보게
하는 심리적 지도입니다.

